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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이야기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가 앱이나 포털의 수치와 차이나는 이유 총정리


앱과 포털에서 초미세 수치는 20 이라는데 

내 측정기의 초미세 수치는 50

무엇을 믿어야 하지?


 

우리가 몇만원에서 십여만원 주고 구매한 간이 측정기는 앱이나 포털의 수치와 차이가 많이 납니다. 겨울에는 차이가 적지만 여름에는 심지어 3~4배씩 차이가 날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앱이나 포털을 못 믿게 되거나, 간이 측정기를 불신하게 되기도 합니다. 


앱이나 포털에서 보여주는 수치들은 전국 360여 곳에 설치되어 나라에서 운영하는 초고가 장비들이 측정한 것이라 정확성 측면에서 저렴한 미세먼지 측정기는 정부 측정소에 비할바가 안됩니다. 하지만, 차이나는 이유를 잘 이해하고 사용하면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는 매우 유용합니다.



그럼 차이나는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측정방식의 차이: 광산란 방식 vs 베타선 방식

  2) 측정기간의 차이: 1시간 평균 vs 1초 순간 측정


우리들이 사용하는 간이 측정기는 광산란 방식(Laser Scattering Method)이고 1초마다 측정한 수치를 보여줍니다. 간혹 1분이나 5분 평균을 알려주는 측정기도 있습니다.

반면, 정부의 초미세먼지 측정기는 베타선 방식(Beta Attenuation Method)이고, 1시간 동안 측정한 평균을 저희에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광산란 방식

먼저 광산란 방식의 원리를 볼까요?

빛을 입자에 비추면 회절, 굴절,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합니다. 입자가 작으면 빛이 많이 산란되고 입자가 크면 빛이 앞에 집중됩니다. 그래서, 광산란 측정기는 먼지가 지나는 곳에 레이저 불빛을 비추고 광학센서는 회절, 굴절, 반사되는 정도를 센싱하여 어느 정도 크기의 입자가 몇개 존재하는지 세서 농도를 계산합니다.


<입자 크기에 따른 빛의 산란>


<광산란 측정기의 내부 구조>


베타선 방식

베타선 방식은 어떻게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하는 것일까요?

먼지를 흡수하여 테이프와 같은 필터에 계속 쌓아놨다가, 베타선을 쬐서 먼지 농도를 유추하는데요. 베타선이 고체물질을 통과하여 감쇠하는 양이 고체물질의 질량에 지수적으로 비례한다는 Bouguer (Lamport-Beer) 법칙을 이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베타선 장비의 내부 구조>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KWd6Fx13xsg)



정부 측정소의 미세먼지 측정기는 공기 흡입구(Inlet)에 임팩터(Impactor)와 히터가 장착되어 있습니다.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에는 없는 것이죠. 흡입구를 통해 흡수된 공기는 임팩터(사이클론)를 지나면서 원하는 크기의 미세먼지만 통과하여 히터로 내려갑니다. 히터를  통과하면서 미세먼지에서 습기가 제거된 후 테입 같은 필터에 누적됩니다. (상대습도가 40% 이상되면 히터를 켜야 한다고 합니다) PM2.5 임팩터(사이클론)라면 PM2.5에 해당하는 초미세먼지만 통과시킵니다. 광산란 방식에도 임팩터와 히터를 이용할 수 있는데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간이 측정기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임팩터/사이클론과 히터에 대해서는 뒤에 따로 설명하겠습니다.



<미세먼지 흡입구의 임팩터, 사이클론, 히터> 

(제품 이미지 출처: MetOne 홈페이지) 



차이를 발생시키는 6가지 요인

두 방식의 차이로 인하여 실제로 어떤 요인에서 차이가 발생하게 하는 것일까요? 

다음과 같은 6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겠습니다 ^^ 


1) 초미세먼지의 밀도, 모양, 색상

2) 상대습도

3) 초미세먼지 필터링 방식

4) 측정하는 시간

5) 급격한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

6) 측정하는 지점의 차이


초미세먼지의 밀도, 모양, 색상

초미세먼지는 밀도, 모양, 색상이 천차만별인데요. 

아래 사진 처럼 텅빈 것도 있고 꽉찬 녀석도 있습니다. 

<속이 텅빈 미세먼지의 예>

(이미지 출처: http://www.onlineethics.org/28697.aspx)


탁구공과 골프공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크기는 비슷하지만 탁구공은 속이 비어서 가볍고 골프공은 속이 꽉차서 무겁죠. 골프공이 17배나 무겁습니다.

<탁구공과 골프공의 무게 차이>


광산란 방식은 미세먼지가 속이 빈 녀석인지 꽉 찬 녀석인지 구분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입자는 밀도가 1이고 동그랗다고 가정하고 계산합니다. 즉, 광산란 방식은 먼지는 다 그냥 골프공이라고만 생각하는 셈이죠. 

베타선 방식은 먼지의 밀도가 높든 낮든 그냥 테이프에 쌓인 먼지의 무게를 측정하는 것이라 탁구공을 골프공 무게로 계산하지 않습니다. 

즉, 광산란 방식은 대기 중에 밀도가 낮은 미세먼지가 많을 수록 농도가 부풀려지게 되는 반면, 베타선은 밀도에 영향받지 않습니다.


극단적인 예입니다만, 대기 중에 모든 초미세먼지의 밀도가 0.1인 경우와 모두 1인 경우를 생각해보면, 두 방식의 측정 결과에 큰 차이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미세먼지는 모양이 다양합니다. 

극단적으로 연필 처럼 길쭉한 미세먼지가 있다면 광산란 방식에서는 초미세먼지의 위치에 따라 지름이 10배 이상 차이나게 됩니다. 그러나, 베타선은 미세먼지의 모양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미세먼지의 다양한 모양>

(이미지 출처: http://airalliancehouston.org/particulate-matter/)


미세먼지의 색상이 어두운가 밝은가에 따라서도 광산란 방식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상대습도

습도가 높아지면 미세먼지가 습기를 흡수하면서 크기가 커집니다. 부풀려지는 것이죠. 크기가 2배 커지면, 광산란 방식에서는 계산하는 농도(무게)는 무려 8배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전세계의 공인된 미세먼지 측정 방식에는 반드시 히터를 사용하도록 되어 있고, 상대습도 40% 이상일 때 히터를 켜서 습기를 제거한 미세먼지의 무게를 측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에는 히터가 없기 때문에 습도에 의한 영향을 고스란히 받게 됩니다. 만약 아주 작고 가벼운 초소형 히터를 개발하여 간이 미세먼지 측정기에 사용한다면, 정부 측정소와의 차이를 꽤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정부 측정소 수치가 20 인 경우, 

습도가 60%일 때에는 항상 내 측정기는 40이 되고, 

습도가 70%면 50이 되고, 

습도가 80%면 60이 되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습도와 미세먼지 연관이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곤 합니다. ^^


상대습도에 일정하게 비례하지 않는 이유는 물질의 종류에 따라 습기에 반응하는 성질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물질은 40%일 때부터 습기를 흡수하여 부풀려지는 반면, (물질 A)

어떤 물질은 80%일 때부터 습기를 흡수하여 급격히 부풀려집니다. (물질 B)


상대습도가 60%일 때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물질 A가 미세먼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 

부풀려진 입자들이 많기 때문에 우리의 광산란 측정기는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진 농도를 보여줍니다.

물질 B가 대부분이라면, 

아직 부풀려지기 전이므로, 우리의 광산란 측정기는 실제 농도에 근접한 농도를 보여줍니다.


"흡습성 입자"는 습기를 잘 흡수하는 입자인데, 황산염과 질산염이 흡습성이라고 합니다. 이런 흡습성 입자가 수분을 흡수하기 시작하는 습도를 "조해 상대습도" 또는 "조해점"이라고 합니다. 위에 설명한 예에서 물질 A는 조해상대습도가 40%이고, 물질 B는 조해 상대습도가 80%인 셈입니다.


조해 潮解: 고체 물질이 대기 중에 있는 습기를 흡수하여 저절로 녹는 일


조해상대습도가 되기 전까지 입자는 원래 크기를 유지하고 있다가, 조해상대습도를 넘어서면서부터 급격히 입자의 크기가 성장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습도가 다시 조해상대습도이하로 낮아진다고 하여 바로 입자가 원래 크기로 돌아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습도가 낮아져도 입자의 크기는 천천히 완만하게 줄어듭니다. 그래서, 습도가 높았다가 낮아지더라도, 부풀려진 농도는 천천히 감소하게 될 것입니다. [1] [2]


얼마전 샤워실에서 극단적인 실험을 해보니 히터가 있고 없고는 농도에 큰 차이를 발생시켰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제가 미대촉 카페에 쓴 글을 봐주세요 ^^

"샤워 수증기는 안전한듯, 미세먼지 측정기에서 히터의 역할"



미세먼지의 필터링 방식

광산란 방식은 광학적으로 지름이 2.5μm 이하인 것들의 농도를 PM2.5 농도로 계산합니다. 

정부 측정소의 측정기는 임팩터 또는 사이클론이라는 장치를 통해 PM2.5 입자(또는 PM10)를 걸러내는데, 광학적인 크기가 아니라 무게에 의해 걸러냅니다. 아래 그림은 임팩터의 원리를 설명하는 그림인데요. 공기의 흐름에 급격한 커브를 주면, 무거운 입자는 원심력에 의해 공기 흐름을 벗어나 판에 걸리고, 가벼운 입자는 공기의 흐름을 따라 움직이면서 아래 방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임팩터의 원리>

(이미지 출처: https://publiclab.org/wiki/filter-pm%3E)


예를 들면, 지름이 5μm 이지만 속이 텅비어서 무게가 1μg 인 입자가 있다면, 광산란 방식에서는 지름을 보고 PM2.5에서 배제하는 반면, 정부 측정소의 측정기에서는 PM2.5로 포함시킵니다.


광학직경(optical diameter)과 공기역학직경(aerodynamic diameter)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은 미대촉 카페에 썼던 글을 참고해주세요

"미세먼지의 크기 Optical Diameter, Aerodynamic Diameter에 대하여"



측정하는 시간: 1시간 평균 vs 1초

우리의 광산란 방식의 간이 측정기 정확성이 베타선과 동일하다고 가정해봅니다.

이 간이 측정기를 들고 정부 측정소 옆에 가서 몇분 정도 머물면서 측정해보면 거의 같아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얼마 후 발표된 정부 측정소의 농도와 비교해보면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TT


아래 그림에서 파란 실선이 실제 농도이고, 빨간 점선이 1시간 평균입니다. 한 시간 동안 실제 초미세먼지 농도는 계속 변화합니다. 농도가 순간 순간 꽤 오르락 내리락 한다는 것은 우리 간이 측정기를 바라보고 있으면 충분히 알 수 있죠.

철수는 A일 때 잠시 1분 정도 측정했고, 영희는 B일 때 매우 정확한 간이 측정기로 2분 정도 측정했습니다. 그런 다음 얼마 뒤 발표된 1시간 평균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발생합니다. 

우리가 겨우 몇초에서 1분 정도 지켜본 농도와 1시간 평균 농도를 단순히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급격한 초미세먼지 농도 변화

우리는 과거 1시간의 평균 수치와 현재 수치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에 간이 측정기가 베타선 측정기만큼 정확해도 두 측정기의 수치에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나 급격히 농도가 높아지거나 낮아질 때 이 차이는 무척 크게 되죠.

아래와 같이 농도가 급격히 오르는 경우 13시1분일 때와 13시59분일 때 농도 차이가 꽤 크지만 14시에 발표되는 수치는 13시 평균인 x 입니다. A일 때 측정하면 x와 차이가 발생합니다. B일 때 측정하면 x와 훠~얼씬 더 큰 차이가 발생합니다. C일 때에는 y 와 비교하게 되는데 역시 큰 차이가 발생하게 됩니다. 

모든 측정기는 다 제대로 측정한 것이고 정상이지만, 이전 시간의 1시간 평균과 현재의 순간 또는 짧은 시간 농도와 비교했기때문에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측정 지점의 차이

매우 정확도가 높은 동일한 측정기라도 불과 수십미터 떨어진 곳에서 몇 분 동안 측정한 농도를 비교하면 차이가 제법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백 미터에서 수km 떨어진 지점과는 같은 시간 대에 초미세먼지 농도가 실제로 다를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하며

정부 측정소가 한 시간 전 평균이라 특히 급격히 농도가 변하는 경우에 아쉬움이 크지만

정부 측정소를 무시하고 개인 측정기만 믿는 것은 위험합니다. 


개인 측정기의 정확성에는 아쉬움은 있지만 

잘 이해하고 사용한다면 생활에 매우 유용합니다.


광산란 방식인 개인 측정기의 한계점을 이해하고, 

정부 측정소와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점을 이해하시어

더 유용하게 

개인 측정기를 활용하시길 바랍니다 ^^


참고문헌

[1] 이승복, 배귀남, 김민철, 이영미, 문길주, “겨울철 상대습도가 대기 에어로졸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 Particle and Aerosol Research, 2(2), pp.69-81, 2006.

[2] 정창훈, 박진희, 김용표, “습도 변화에 따른 에어로졸의 농도 및 크기의 변화경향 파악,” Particle and Aerosol Research, 9(2), 69-78, 2013.


이모티콘 출처: http://hbyeol31.tistory.com/6